직접 사서 해본 게임만 소개합니다.
컴플레또(Completto)
처음 남편이 보드게임을 소개해줬을 때, 집에 10개 정도의 보드게임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좋은 사람이 생기면 같이 하고 싶어서 미리 사 모았다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제가 보드게임에 흥미를 보이자, 남편은 “이제 꿈을 이룬 것 같다”며 뿌듯해했습니다.
그 후로 남편은 재미있는 보드게임을 발견할 때마다 예고도 없이 몰래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퇴근하고 식탁에 앉으면, “짠!” 하고 새로운 보드게임이 등장해 있곤 했죠. 그렇게 하나둘 모이던 보드게임은 어느새 집안에 쌓이기 시작했고, 저는 슬슬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정말 충분해. 그만 사자.” 이 말에 남편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응, 이제 안 살게.“라고 했습니다.
물론, 그 말은 진심이었겠지만… 결혼 10년 차가 된 어느 날, 조심스럽게 세어보니 보드게임이 30개가 훌쩍 넘어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제는 식탁에 새로운 보드게임이 올라와 있으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합니다.
“이번엔 또 무슨 게임일까?” 하고요.
그 수많은 게임 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게임은, 비주얼은 살짝 실망스러웠지만, 재미는 절대 실망시키지 않았던 ’컴플레또(Completto)’입니다.
컴플레또는 정말이지 소박하다 못해 어설퍼 보이는 외모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정식 박스도 없고, 나무 타일은 마감이 덜 된 것처럼 거칠었죠.
처음엔 “이거 진짜 게임 맞아?” 싶었지만, 사연을 듣고 나니 그 모습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알고 보니 남편이 이 게임을 정말 해보고 싶었는데, 한국에서는 정식 제품을 구하기 어려웠던 겁니다.
결국 비슷한 타일 파일을 이곳 저곳 쇼핑몰에서 찾아서 주문했고, 한 달 가까이 기다려 받아낸 결과물이었죠.
좋아하는 것을 위해 이 정도 수고를 아끼지 않는 남편을 보면서, 저도 뭔가 뭉클했습니다.
좋아하는 걸 진짜 좋아하려면, 이 정도 정성과 융통성은 필요하구나 싶었어요.
컴플레또(Completto) 룰
컴플레또는 아주 간단한 룰을 가진 숫자 배열 게임입니다.
1부터 100까지 숫자가 적힌 타일 중 22개를 가지고, 오름차순으로 배열만 하면 끝입니다.
기본 규칙은 이렇습니다.
- 1~100까지의 타일을 모두 섞어 뒤집어 놓습니다.
- 각자 17개의 비공개 타일을 뽑아 나란히 놓습니다.
- 추가로 5개는 공개해서 원하는 자리에 끼워 넣습니다.
- 즉, 처음에는 22개의 숫자 중 5개만 공개된 상태로 게임이 시작됩니다.
- 자신의 차례마다 중앙에서 새로운 타일을 뽑아 비공개 타일과 교환하거나, 기존 타일의 위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 만약 뽑은 타일이 자리 잡을 곳이 없다면, 그 타일을 중앙에 오픈하고 차례를 넘깁니다.
룰은 간단하지만, 막상 플레이해보면 은근히 머리를 써야 합니다.
특히 처음 5개의 숫자를 어디에 배치할지가 승부를 가를 만큼 중요하죠.
예를 들어 33이라는 숫자가 나오면 전체의 3분의 1쯤에 배치해도 될 것 같지만, 이후에 33 이하 숫자가 우르르 나오면 다시 재배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덕분에 매 순간 판단력이 시험대에 오릅니다.
6은 9로, 16은 91로, 96은 69로
게다가 이 게임에는 귀여운 예외 규칙도 있습니다.
숫자 타일을 뒤집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6은 9로, 16은 91로, 96은 69로 활용할 수 있어요.
이런 작은 장치 덕분에 순발력과 재치가 필요한 순간이 종종 등장합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새로 뽑은 숫자가 바닥에 깔린 숫자와 연속된 숫자(예를 들어 45 다음 46)를 이루면 추가로 한 번 더 턴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이 추가 턴이 쌓이면 한 번에 역전극을 펼칠 수도 있어서, 게임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
- 2인용 전략 게임을 찾는 분
- 숫자 조합과 순서를 계산하는 걸 좋아하는 분
- 소리 없이 조용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찾는 분
- 간단하지만 긴장감 있는 보드게임을 원하는 분
저희 집에 있는 컴플레또는 보기엔 조금 투박하지만,
가끔은 세련된 포장이나 화려한 구성보다, 진짜 재미가 중요한 법이란 걸 컴플리토를 통해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음 식탁 위에는 또 어떤 보드게임이 기다리고 있을지, 괜히 기대가 됩니다.
다른 보드게임이 궁금하시다면